부산의 레일 아트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채광수 목사가 새해의 바람 을 이야기하고 있다.

“앞으로 전국의 역사 곳곳에 지하철 공연 ‘레일아트’를 선사하고 싶습니다. 더나아가 ‘레일아트’를 평양 지하철 역에서 북한 시민들에게 선보이는 것이 새해 가장 큰 소망입니다.”

부산에 처음 지하철 공연을 기획했던 채광수 목사의 새해 꿈은 이렇듯 원대하다.

지난 2000년 황량하기만 했던 부산 지하철 역사에 활기찬 문화 공연을 시도한 채목사는 남들이 보기에는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지하철역사에서 적극적으로 문화 공연을 개최한 인물이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하다며 말렸습니다. 그러나 레일 아트 공연은 이제 한 해에 100회가 열릴 정도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서면역 공연은 한 번 열릴 때마다 1000여명의 시민들이 관람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정기 출연하는 주부 합창단 ‘소리바다’, 안데스 음악 단체인 ‘뉴칸치냔’ 등은 열성 팬들까지 생겼다.

또한 초기에는 서면역에서 월 1회만 열렸던 지하철 공연이 올해부터는 남포, 경성대· 부경대, 수영, 덕천역 등 부산은 물론 대구의 지하철 역사에서도 펼쳐진다.

그가 부산에서 지하철 공연을 시작한 것은 서울 신학 대학원에서 같이 공부한 후배 박종호씨 때문이었다. 박씨가 유럽 유학 때 런던 소호 거리와 지하철 역에서 펼쳐지는 생기넘치는 거리 공연에 매료, 채목사에게 함께 지하철 공연을 하자고 제의를 한 것. 그 제의를 선뜻 받아들인 채목사는 자신의 고향 부산에 지하철 공연을 펼쳐 놓기 시작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출연자 섭외가 제일 힘들었습니다. 시민을 위해 무료로 자원 봉사해야 하는 무대에 선뜻 나서줄 출연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죠.”

채목사는 직접 출연단체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발로 뛴 만큼 높은 수준의 출연자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우연히 지하철 공연을 접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출연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지금은 약 90여개 공연 단체가 레일 아트 무대에 서고 있다.

앞으로 레일 아트 공연은 지하철 역사 뿐 아니라 서면 거리에서도 열린다. 오는 3월부터 한 달에 2~5회씩 다양한 장르와 주제를 갖고 열릴 예정이다.

채목사는 “요즘 들어 어려운 환경으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느는 등 안타까운 사건이 많이 생겨 안타깝다”며 “힘들고 소외된 많은 이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문화 공연으로 희망과 꿈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채목사는 현재 레일 아트 외에도 빛샘교회에서 축구를 통해 청소년을 선교하는 일도 맡고 있다.

어려운 형편의 청소년들에게 축구를 통해 희망을 주고 싶어 시작한 이 일 역시 채목사에게는 지하철 공연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다.

“하느님이 주신 사명감으로 이 모든 일을 하고 있기에 힘들어도 늘 보람을 느끼고 있다”는 채광수 목사. 그는 “지하철 공연은 우리 전통의 마당 놀이처럼 누구든 눌러 앉아 편하고 즐겁게 누릴 수 있는 무대”라며 “새해에는 더욱 알찬 지하철, 거리 공연을 개최해 부산을 생기넘치는 문화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김경희기자